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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re I’ve been/2018 동계 내일로

[2018 동계 내일로] 군산 여행 마무리

by SO SWEET STELLA 2018. 3. 18.



​어떤 여행이든 시작하는 도시가 중요하다.

어느 도시로 들어가느냐에 따라서 남은 여행이 달라지기도 하고,

어떤 도시를 언제 방문했느냐에 따라서

여행하는 도시의 이미지가 달라지기도 한다.

보통은 여행 중 가장 먼저 방문한 도시에 대한 인상이 좋다.

일단 체력이 가장 좋을 시기 이고,

여행에 대한 설렘을 가장 많이 품고 있을 때이기 때문이 아닐까.




이번 내일로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도시를 꼽으라면

역시나 단연 군산이다.


생각해보면 여행다운 여행을 해본지 오래된 것 같다.

이번 여행은 오랜만에 하는 제대로 된 여행이었고, 엄마 없이 떠난 첫 국내 여행이다.

이미 어른이 된 지도 꽤 시간이 지났지만,

성인이 되고 가 본 국내 여행은 엄마와 함께 간 부산, 전주 정도?

물론 그 이전의 국내 여행도 엄마의 계획에 따라 움직였다.

그만큼이나 국내 여행엔 꽤 무심했고,

여행이라기 보단 동행에 그쳤었다.


군산을 그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인 이성당이 있는 곳

정도로 인식했던 데에는 다 이유가 있던 것...


군산이 일제 치하에 있었던 우리나라의 근대 모습을

잘 보존하고 있는 도시임을 알게 된 건 꽤 최근 일이다.

우리나라는 급격한 산업화와 전쟁 겪었기 때문에

옛 모습을 간직한 도시가 거의 없다.

그나마 시골지역은 지붕을 전부 파랗게 덮어버렸다.


나는 한옥에 살아 본 적이 있다.

아주 오래 된 집, 옛 건물은 그래도 자주 보았지만

근대식 건물은 아마 군산에서 본 게 처음이다.

잘 모르는 도시, 본 적 없는 풍경에 대한 기대로

군산 여행이 더 설렜던 것 같다.


군산 근대화거리에는 되레 일본식 건물이 아닌 건물을

찾아보기가 더 힘들 정도로 일본식 건물 일색이었다.

그리고 그 건물을 현대적으로 보존하면서

상업화하기 위해 노력하려는 모습이 보였다.

곳곳에서 현대식으로 수리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내게 여행지로서 군산은 세련된 이미지는 아니었다.

아직 덜 알려진 부분도 많은 것 같고,

관광지의 모습으로 점차 탈바꿈 하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녀 온 도시 중 가장 추천하는 도시도 군산이다.

뭐든 다 있고, 다 할 수 있는 곳은 편하기야 하지만

아직 서툴지만 조금 불편한 곳이 더 매력적이기도 하니까.


2008년 군산 근대문화 벨트화 사업을 시작으로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공간을 복원하기 시작한 것 같다.

과거 부윤(시장)관사였던 이 건물은

음식집으로 쓰이다가 최근에 와서야

복원을 계획한 곳이다.


이 건물이, 이 건물을 복원하는 과정이

딱 지금의 군산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군산 근대화거리에 있는 많은 건물들이

상업적인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 같다.

사람이 모여들면, 돈이 돌고

돈이 돌면 시장이 들썩인다.

사람이 사는 곳은 어디든 마찬가지인 것 같다.

군산 역시 그렇다.


나는 그저 여행객이었고,

군산의 부동산 매매가, 변화를 알 수 없어 확언할 수는 없지만,

흔히 말하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 

곧 발생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실은 이미 꽤 진행된 단계일지도 모른다.


거리에 붙은 현수막을 보며 다음에 다시 군산을 왔을 땐 

지금과는 꽤 다른 모습을 하고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앞으로 군산에는 사람이 더 몰리고

여행하기는 더 편해지겠지만

매해 투박한 서툰 모습은 점차 사라지겠지.

군산은 이미 유명한 관광지이고

나는 군산을 이제서야 찾은 늦깍이 여행자라

이미 한참이나 바뀐 모습을 보고 왔을 수도 있겠다.




그래도 군산의 변화가 서서히, 너무 급하지 않게

그리고 나쁜 점은 최소화해서 일어날 것 같다는 생각은 든다.

군산은 내가 갔던 그 어느 도시보다

협동조합이 잘 되어 있는 것 같았다.

건물 복원이나 관광산업을 여러사람들이 함께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나가려는 노력이 보였다.




군산을 여행하기 좋은 도시, 머물기 좋은 도시로 기억하고는 있지만

좋은 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근대화거리의 경우 관광지가 한 데 모여있다.

이동할 때 물론 지도 어플의 도움을 받기는 하지만

표지판을 보고 이동할 때가 많았다.

거리에 표지판이 있기는 한데,

이쯤에 표지판이 하나 더 있으면 길 찾기가 더 편하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표지판이 좀 작은 것 같기도 하고...


가장 아쉬었던 점은

디자인

전체적으로 통일된 디자인 계획이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거리 분위기 외에

개인 업장의 간판이나 외벽 디자인은 어쩔 수 없는 것이긴 하다.

여행 길라잡이처럼 아예 레트로풍이 거나

사진 속 마리서사처럼 깔끔한 일본풍, 

아니면 틈처럼 아예 빈티지 느낌이면 좋을 것 같은데...

분위기 괜찮아 보이는데 조금 아쉽다란 느낌을 받은 가게가 많았다.


디자인 관련 조합도 있어 보이는데,

점차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군산은 꼭 다시 가보고 싶은 도시다.

변화가 아쉽기는 하지만,

가끔 가서 도시가 변하는 모습, 발전하는 모습을

확인하며 쉬다오고 싶은 곳이다.

아, 다음에 가면 휴일이라 못 먹고 온 짬뽕을 꼭 먹고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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