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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re I’ve been/2018 동계 내일로

[2018 동계 내일로/군산] 동국사

by SO SWEET STELLA 2018. 3. 4.



신흥동 일본식 가옥쪽 관광지는

대부분 고만고만하게 붙어있는데

동국사는 길을 건너야 갈 수 있다

그렇다고 엄청 멀리 떨어져 있는 건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조금 멀리 있는 편이다





표지판을 따라 살짝 언덕진 길을 걷다보면

동국사가 나온다




군산에는 일본식 건물이 많지만

그 중 사찰인 동국사가 가장 독특해

유독 기억에 남는다


일본식 사찰은 군산 뿐만아니라

전국적으로도 흔치 않다

동국사는 전국에 단 하나 남은 일본식 사찰이다

물론 동국사가 일제강점기에 일본식으로 지어진

유일한 사찰은 아니다

현재 남아있는 일본식 사찰 건물 중

유일하게 사찰로 쓰이고 있는 건물은

동국사 건축물 단 하나다


일제강점기 동국사는

군산에 사는 일본인들을 위한 사찰이었다


일본이 본격적으로 한반도를 침략하기 전,

일본 불교는 1877년 부산항 개항과 동시에

포교를 시작했다



일본 불교 포교는

단순히 일본 종교를 알리기 위해 시작된 것이 아니다

종교적 동화를 통해 한국을 지배하기 쉽게 만드는 게

포교의 주 목적이었다

군산에는 1904년 첫 일본 불교 포교소가 개설되었다


일제강점기 동국사의 이름은 금강사(錦江寺, きんこうじ),

1909년 일본 조동종 승려들이

군산에 금강선사(錦江禪寺)라는 포교소를 개소하였고

그 뒤 1913년 현재 동국사 위치에

금강선사를 이전하면서 대웅전과 요사를 짓고

금강사라 명명했다


현재 동국사는 대한불교조계종에 소속된 사찰이다.


금강사는 광복 이후 미군정에 의해 압수되었다가

다시 대한민국 정부에 이관되었다

1955년 전라북도 종무원이

정부로부터 금강사를 매입했고

1970년 당시 이 절의 주지스님인 남곡스님이

절의 이름을 새로 지었다


동국사(東國寺),

해동 대한민국을 줄인 이름으로

이제 일본 절이 아닌 한국 절이라는 의미다




히로쓰 가옥을 둘러보면서

입구를 들어서자 마자 건물을 볼 수 없는 구조가

독특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동국사도 절 입구로 들어섰을 때

오른쪽에 대웅전이 있다

한국식 절은 보통

절 입구에 섰을 때 대웅전이 정면으로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우리는 중요한 것을 먼저 보이고

일본은 중요한 것을 숨기는 게 성향일까

혼네(本音, ほんね)와 다테마에(建前, たてまえ)라는 말이 있는 걸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동국사 대웅전은 에도시대 양식 건물이다

단청으로 화려하게 단장한 한국식 사찰과 달리

외관과 공포가 단조롭다

건물 외벽에 창문이 많은 것도 일본식 사찰이 가진 특징이다



동국사 대웅전은 2003년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었다

1990년 조선총독부 건물을 철거하면서

동국사도 철거 대상이 되었는데

조선총독부와 달리

동국사가 이미 조계종의 사유재산이 되어

철거하지 못 했다


일제 침략도 역사의 한 부분이고 아픈 역사이지만

그 시대의 역사를 남겨놓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동국사는 비록 비용문제로

철거하지 “못”한 것이지만 이렇게

문화재로 남겨져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국사 한켠에는 소녀상이 놓여있다

일제와 시주자를 찬양하던 절에 소녀상을 놓았다

동국사가 철거되었다면 볼 수 없을 광경이다




본래 대웅전 정면에 난 길은

부처님이 걷는 길이라

일반 신도는 측면의 문을 이용한다

일본식 사찰이라 측면에 문이 없어

정면에 보이는 문으로 들어가는 줄 알고

당당하게 정면의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알고보니 요사체와 대웅전이 복도로 연결되어있는 구조였다


대웅전 문을 열면서도

사실 긴가민가 한게

문이 잘 열리지 않아서 들어갈 수 없는 문인가

생각했었다


일본식으로 지어졌기 때문에

대웅전 문도 미닫이문이다

미닫이문은 습한 일본 기후에 맞는 문이다

우리나라도 습하긴 마찬가진데

기후에 잘 맞지 않는 건지

미닫이문이 뻑뻑해서 잘 열리지 않았다


물론 문이 뻑뻑한 것과는 별개로

측면 요사를 통해 대웅전으로 들어가야 했다

(죄송합니다😭)




측면의 요사로 들어가

복도를 통해 대웅전으로 들어갈 수 있다


대웅전으로 통하는 복도를 보니

정말 일본식 건물이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이미 외관부터가 한국식 건물과는 다르다




천장과 벽면, 불상 옆에 그려진 그림은

완전히 일본식인데

조계종에서 운영하는 사찰이다 보니

꾸며진 모습은 영락없는 한국절이다


불상은 모양새를 보아

다른 곳에 있던 불상을 옮겨온 게 아닐까 싶다




대웅전 안에 계단이 있고

교회처럼 의자가 놓여있다

쿄토에서 가본 일본 절에는 의자가 없었다

이 의자는 근대에 지어진 일본 사찰의 특징이 아닐까 싶다

아마 교회 내부 모습에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단청이 화려한 절의 모습에 익숙해서인지

자칫 화려하게 느껴질 수 있는 용무늬가

다소 심심하게 보였다


무늬 없이 밋밋한 천장이지만

연등이 빼곡하게 수 놓아져 화려함을 더했다




법당에서 나오면 종각이 있다

종각 주변 석불은 일본에서 가져온 것이고,

종은 쿄토에서 주조된 전형적인 일본식 종이다


크고 웅장한 한국식 종과는 달리

작은 종이 높게 매달려 있고

종 아래 울림통이 좁고 깊었다




종소리를 들어보지는 않았지만

크기를 보아 짐작컨대

여타 다른 절에서 울리는 종소리보다

높고 가는 소리를 내지 않을까


일본사람들은 키도 작은데

저렇게 높게 종을 달아 놓으면

어떻게 쳤을까

하는 생각도 좀 들고...




절 뒤쪽으로 가면

절에서 키우는 개 동백이가 있다

동백이는 흰색 개인데

눈은 허스키같이 옅은 하늘색이다


사진은

동백이 집 가기 전에 건물 한켠에서 낮잠자던 고양이,

동백이 사진은 찍지 않았나보다




나는 단청과 풍경,

처마 밑에서 바라보는 하늘을 좋아한다




단청이 없는 단조로운 추녀지만

풍경이 매달린 처마와 파란 하늘

그 옆으로 보이는 대나무 숲이 좋았다




절 뒤편에는 울창한 대나무 숲이 있다

오솔길을 따라 올라가면

대나무 숲으로 들어갈 수 있다

발만 아프지 않았다면 올라가 보았을텐데,

대나무 숲으로 향하는 오솔길이 꽤 가파른 편이라

올라가 보지는 못 했다


더운 날에 군산을 여행하다가

대나무 숲으로 들어가면 시원하고 좋지 않을까


겨울 군산도 좋지만

군산은 여름에 다시 한 번 꼭 가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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