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길라잡이에 짐을 맡기고,
어디로 먼저 출발해야할 지 지도를 살펴 보았다
군산 구도심,
근대화거리는 크게 두 덩이로 나눌 수 있었다
동국사, 신흥동 일본식 가옥이 있는 구역과
중앙로 건너 군산세관, 근대역사박물관이 있는 바닷가 쪽 구역,
이렇게 나누어 여행하기 좋다
여행길라잡이와 신흥동 일본식 가옥은 꽤 가깝다
우리는 신흥동 일본식 가옥을 시작으로
근처를 먼저 둘러 보고 나서 돌아와
짐을 찾고 게스트하우스 체크인을 하기로 했다
신흥동 일본식 가옥(히로쓰가옥) 입구,
입구에는 태극기가 펄럭인다
일제 강점기 신흥동은
군산 시내 유지가 거주하던 지역이다
시대적 배경을 생각하면
그 일대에는 일본인들과
소수의 한국인 만이 거주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적산가옥(敵産家屋),
敵産, 뜻을 풀이한 그대로 적이 만든,
적이 소유한 집이다
우리나라에서 적산가옥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인에 의해 지어진 건물을 말한다
적산가옥 대부분이 일본식 가옥이지만
일본식 가옥이라고 해서 적산 가옥인 건 아니다
뭐... 그 시절 한국인에 의해 지어진 일본식 가옥이면
소유주가 한국인이라 한들 적산가옥이 아닐 경우가
얼마나 될까 싶기도하다
히로쓰가옥, 신흥동 일본식 가옥은
대표적인 적산가옥이다
군산과 같은 항구 도시에 집중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우리나라 전반에 생각보다 많은 적산가옥이
분포되어 있다고 한다
1910년 부터 1945년 까지 35년이라는
긴 시간을 지배당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서울에도 적산가옥이 아직 많이 남아 있는 동네가
몇 곳 있다는데
나는 이번 군산 여행에서 처음으로
적산가옥을 실제로 보았다
일본에서 봤다면
그냥 지나치고 말 정도의 흔한 집인데
한국에서 보니 색다르고 기분이 이상하다
(사실 히로쓰 가옥은 규모면에선
일본에서도 흔한 가옥은 아니다)
일본 가옥 특징인지, 히로쓰가옥 특징인지 모르겠지만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마당이 넓게 보이는 한옥과는 달리
히로쓰 가옥은 대문을 열면 바로 건물과 좁은 길이 보인다
생각해보니 일본을 여행하면서
대문이 있는 일본 집을 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특유의 분위기나 구조는 알고 있지만
대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보이는 일본가옥 풍경은
이곳 신흥동 일본식 가옥(히로쓰 가옥)에서 처음 본다
좁은 길을 따라 안쪽으로 조금 들어가면
한옥 마당과 비슷한 넓은 공간이 나온다
넓은 대청마루가 있는 한옥과
긴 마루 복도가 있는 일본식 가옥을 비교해 보면
좁은 길을 따라 정원과 마당으로 향하는 구조가
한옥과는 다른 일본 가옥 특징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대문을 중심으로 대칭을 이루는 모습과는 달리
일본식 가옥은 비대칭한 게 특성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당에는 굴뚝이 있다
마치 옛날 목욕탕 굴뚝 같다
벽 보다 조금 더 튀어나온 창문은
일본식 가옥의 특색이다
마당 안 쪽으로 돌아나오면
일본식 정원과 정원을 바라볼 수 있도록
탁 트인 건물이 보인다
정원을 감상할 수 있는 정자같은 느낌으로 지은게 아닐까
예전에는 집 안을 들어가 볼 수 있었다는데,
최근에는 들어갈 수 없게끔 변경되었다고 한다
영화 ‘장군의 아들’, ‘바람의 파이터’, ‘타짜’ 등이
촬영된 장소라는데 영화를 보지 않아서
어디가 촬영지인지는 잘 모르겠다
이름부터가 일본식 가옥인 만큼
당연한 말이지만
건물 전반에서 일본 느낌이 나는데
일본식 정원은 정말 일본느낌 물씬 난다
심어 놓은 나무도 꽤 이국적이다
물론 소나무 같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도 많지만
심어놓은 모양새가 사뭇 다르다
이 정원은 사진찍기 좋은 장소라
방문객 대부분이 정원에서 사진을 찍는다
사진을 찍는 포인트가 거의 정해져 있는 것이나 다름 없어서
사진을 찍으려면 기다려야 하고
다른 관람객이 보이지 않게 찍으려면 시간이 좀 걸린다
정원을 돌아 나오면
다시 대문으로 향하는 좁은 길로 이어진다
대문을 들어서면
넓적한 잎을 가진 나무를 바로 볼 수 있는데
입구를 넘자마자
서울에서는 잘 볼 수 없는 나무가 눈에 띄다보니,
아, 여기는 남쪽이지라는 생각과
역시나 여기는 일본식 가옥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식 가옥이라고 불리는 것과는 반대로
대문에 태극기가 꽂혀 있는데
이 태극기를 보고 나서
이국적인 나무를 보다 보니
더욱 이질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군산 근대화 거리는 일제강점기 중심지였던 만큼
그 시기의 역사, 문화를 알 수 있는 가옥과 관공서가 많다
그 중 히로쓰가옥을
신흥동 일본식 가옥이라고 명명하고
국가등록문화재로 삼은 이유는
건물 형태가 근세 일본 무가의 고급주택 양식을 띄고
있고 건립 당시의 모습을 잘 유지하고 있어
건축사적 의의가 크기 때문이다
히로쓰가옥은 적산가옥 중
가장 보존이 잘 된 건축물로 알려져있다
히로쓰가옥은
포목점을 운영하던 히로쓰 게이사브로가 지은
2층 목조 주택이다
해방 이후 (구) 호남제분의 이용구 사장 명의가 되어
현재 히로쓰 가옥은 한국제분의 소유다
신흥동 일본식 가옥은
기업이 소유하고 관리하는 건축물임에도
입장료를 따로 받지는 않는다
이용시간은 10:00 – 18:00 이고 매주 월요일은 쉰다
'where I’ve been > 2018 동계 내일로'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8 동계 내일로/군산] 군산항쟁기념관 (0) | 2018.02.28 |
---|---|
[2018 동계 내일로/군산] 고우당 (0) | 2018.02.28 |
[2018 동계 내일로/군산 물품보관] 여행 길라잡이에 짐 맡기기 (0) | 2018.02.25 |
[2018 동계 내일로/군산] 8월의 크리스마스 초원사진관 (0) | 2018.02.18 |
[2018 동계 내일로/군산 식당] 무우국 맛집 군산 한일옥 (0) | 2018.02.1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