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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I saw & watched/film

[영화] 아직, “아주심기” 하지 못 한 이들에게, 리틀 포레스트(Little Forest)

by SO SWEET STELLA 2018. 3. 20.




나는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초등학교 때였나 중학교 때였나

볕이 좋은 어느 날 영화를 보러 갔었다.

어떤 영화를 봤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상영시간이 꽤 긴 영화를 봤던 것 같다.

분명 영화를 보러 영화관에 들어가기 전에는 해가 쨍쨍했는데,

영화를 보고 나오니 벌써 해가 지고 있었다.

나는 영화가 내 시간을 잡아 먹어버린 것 같아서 기분이 나빴다.

그 때부터 나는 영화를 좋아하지 않게 됐다.

(적어놓고 보니 왠지 중2 때의 경험이 아닐까.☺️)


영화를 즐겨보는 편이 아니다보니

아, 이 영화를 꼭 보고싶다라고 생각하고 영화를 보는 경우는 많아야 1 년에 한 두 번 정도다.

그 외에는 엄마가 보고 싶어하는 영화를 함께 본다.

주로 자막 없이도 볼 수 있는 한국영화다.


사실 우연히 시간이 맞아서 보게 된 영화지만,

리틀 포레스트는 일본 영화를 리메이크한 영화로 개봉 전부터 기대를 받던 영화다.


풍경이 예쁘네,

아, 음식을 하는 영화구나.

혜원이가 이것 저것 해먹는 모습을 팝콘을 먹으며 편하게 보다가 점차 손을 멈추고 영화에 집중했다.


나는 오랜 수험생활을 했다.

뚜렷한 목표도 없이 그저 남들 따라 수험생활을 시작했으니,

합격하지 못 한게 어쩌면 당연한 일일까.

나는 시험에 붙지 못 했다.

수험생으로 지냈던 긴 시간은 의미 없는 시간이 되었고

나는 나이를 먹었다.


양파를 키워 수확하려면 아주심기를 해야한다.

나는 이미 수확을 해야할 만큼 컸지만,

여기저기 옮겨심기만 했을 뿐 아주심기 하지 못 했다.


그래서 더 와닿았다.

배가 고파서 돌아온 혜원,

도망치듯 집으로 돌아 온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았던 혜원,

잠깐 지내다 다시 서울로 돌아간다 말하던 혜원,

나는 혜원에게서 나를 보았다.


나는 아직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 했고,

나를 수식할 수 있는 어떤 직업도 직위도 없지만,

아직 실패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집 밖을 나갈 땐 아는 사람을 만날까봐 웅크리고

누가 나의 안부를 묻지 않기를 바란다.


같이 공부하던 친구의 합격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내가 걷던 길이 더 이상 내가 갈 길이 아니라는 사실을 온전히 받아들였을 때,

그 때가 돼서야 나는 드디어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었다.

그래서 혜원이가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고하며 합격을 축하한다고 말 할 때,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슬프게 울었다.


그리고 아주심기 하기 위해

서울로 돌아간 혜원을 진심으로 응원했다.




나는 싫어하는 것이 생기면,

싫어하게 된 이유를 계속해서 업데이트하는 것 같다.

싫어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계속 만들어내는 것이다.


영화를 싫어하게 된 하나의 계기에 영화가 싫은 이유를 덧대어왔다.

영화를 보는 내내 어두운 영화관에서 영화만을 봐야하는데,

영화는 감독이 하고자하는 말이 명확하기까지 하다고 생각했었다.

생각해보면 그림이든, 소설이든 창작자는 작품 속에 자기 생각을 담을 수 밖에 없다.

해가 저물던 그 날의 기억이 강렬했던걸까...

유독 영화에만 거부감을 느꼈던 것 같다.


영화를 보고나서 엄마가

“그래서 엄마는 돌아온거야?

돌아와서 뭐 한대?

둘이 같이 식당이라도 한대?

아우 답답해 결론을 줘야지.

나 너 생각나가지고 답답해 죽는 줄 알았어.”

이렇게 말했다.


웃음이 났다.

같은 영화를 봤는데 서로 다른 생각을 했다.

엄마도 나도 혜원을 보고 나를 떠올린 건 마찬가지인데 말이다.

나는 나를 떠올리며 혜원의 새로운 삶을 응원했고,

엄마는 혜원이 자신의 길을 찾아 결과를 내길 바랐다.

감독이 하고자 하는 말이 무슨 소용일까.

저마다 느낀점도 생각도 다른데...


가을에 감을 따서 감을 깎고 처마에 매달아 말린다.

가끔 생각날 때마다 감을 손으로 주물러 줘야 겨울에 말랑한 곶감을 먹을 수 있다.

엄마는 정성을 다해 곶감을 만들었으면,

추운 겨울엔 응당 달달한 곶감을 먹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겠지.

내가 겨울철 요긴한 곶감이 되길 바라며...


영화 리틀 포레스트

그 안에서 나는 완전히 심어지길 바라는 양파를 보았고

엄마는 맛있는 곶감을 맛보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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