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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I saw & watched/film

[영화] “내’가 “너”를 사랑하는 이유, 영화 뷰티 인사이드

by SO SWEET STELLA 2018. 6. 6.



​누구나 "아, 그 때 도대체 어떻게 버텼지?" 하는 시기가 있다.

물론 매일매일이 시련의 연속이지만, 지금 다시 해보라고 하면 다시는 버틸 수 없을 것 같은 때, 그런 시간이 내게도 물론 있다.

바로 대학교 입시를 준비하던 시절이다.

그 지긋지긋한 날들이 남긴 것이 있다면 찰나의 기쁨만을 안겨준 대학교 합격통지서, 그리고 넓고도 얄팍한 지식이다. (생각만큼이나 넓지 않고 습지자보다 얄팍하지만☺️)

수 많은 모의고사 문제집과 수능 기출문제를 풀며 읽은 비문학 지문은 내 얄팍한 지식의 자양분이다.

비문학 지문이 지식의 원천이라면, 내게 많은 생각할 거리를 준 것은 논술을 준비하면서 풀었던 논술 예상문제다.

그 중에서도 유난히 기억에 남는 문제가 있다.


과학의 발전에 따라 사람을 복제할 수 있게 되었지만 아직은 그 기술이 부족하여 완벽하게 복제할 수는 없다.

외면이 완벽하게 같으나 기억과 지식이 모두 삭제된 경우, 외면은 전혀 같지 않지만 기억과 지식 등 내면이 완벽하게 같은 경우 이렇게 둘로 나뉘어 복제된다면 둘 중 어떤 사람이 진짜일까.

대략 이런 문제였다.

본질이 무엇이냐를 묻는 이 질문은 지금 생각해도 꽤나 어려운 문제고, 나는 아직도 가끔 이 문제에 대한 대답을 찾고 있다.


수 많은 문제 중에 유독 이 질문이 기억에 남는 것은 질문에 대한 답을 답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예상 문제였길 망정이지, 수험장에서 이 문제를 마주했다면 시험이 끝나고 울면서 집에 왔을지도 모른다.




뷰티 인사이드, 광고가 원작인 영화는 개봉당시 화제가 되었던 영화다.

당시 영화를 보지는 않았지만 대중과 평론가의 평을 읽어보긴 했다.

뷰티 아웃사이드, 영완얼이라는 다소 조롱 같은 평, 내면을 깊이 표현하지 못 했다는 평 등 내용면에선 다소 박한 평을 받은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영화 상영이 끝나고도 한참 뒤에야 영화 뷰티 인사이드를 보게 되었다.

기대와는 달리 꽤 괜찮은 영화라는 생각을 했다.

알맹이가 없다는 평을 받기엔 조금 억울한 영화다.

영화 그 자체로 생각할거리가 많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입시 때도 해결하지 못 했던 그 문제가 생각이 났다.




​영화의 화자는 김우진, 가구를 만든다.

죽마고우와 함께 사업을 하고 직업도 있고 가끔 여자도 만나는 꽤 평범한 인생을 사는 남자로 보이지만, 그의 인생은 18살 생일을 기점으로 결코 평범하다고 말할 수 없게 된다.

그의 외면만 본다면 그가 남성인지, 여성인지, 어떤 피부색을 가졌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18살 생일을 시작으로 우진은 자고 일어나면 매일 외모가 바뀐다.

남자, 여자, 노인, 아이 심지어 외국인까지 우진은 매일 아침 자고 일어나면 모습이 변한다.

우진은 가구를 판매하는 회사에서 이수를 만나고 사랑에 빠진다.

매일 다른 모습으로 이수를 만났지만 이수에게 고백한 남자는 키가 크고 잘생긴 이수 또래의 남성이다.

첫인상은 좋아야 기회가 생기는 법이니까.

이수는 우진과 사랑에 빠지고 매일 생김새가 달라지는 우진를 받아들이고 연인이 된다.

매일 변하는 우진의 외모와 그로 인한 두려움, 우진의 비밀을 털어놓을 수 없어 생기는 오해로 이수는 괴로워 하고, 우진이 이수를 위해 먼저 이수의 손을 놓아준다.

우진의 포기로 둘은 헤어지게 되지만 이수가 멀리 떠난 우진을 찾아 먼저 우진의 손을 잡고 결국 둘은 재회한다.




​이수가 사랑에 빠진 사람은 누구일까?

잘생기고 키가 큰 가구 회사에서 일하는 남자, 본격적으로 먹기 전 머리를 묶는 이수를 위해 미리 머리끈을 준비하는 섬세한 남자, 이수는 그의 어떤 면이 끌려서 만나게 되었을까.

한참 만에 다시 만난 우진은 이수보다 키가 작은 여성, 우진의 변화를 받아들이게 된 날 만난 사람은 일본인 여성, 이수는 우진의 어떤 점에 끌려서 매일 변하는 그의 외모까지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을까.

한 사람을 정의하는 것은 무엇일까.




영화 속 이수와 우진은 다시 만난다.

이 때 이수는 우진의 내면을 사랑했다고 말한다.

매일 변하는 것은 우진의 외모가 아닌 자신의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이수가 우진의 내면을 선택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외면보다는 내면을 더 보여줬어야 했다는 평이 나왔을 것이고, 내면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결국 잘생긴 남자의 외면에 반했던 것 아니겠냐는 얘기로 조롱한 것이 아닐까.


내면과 외면을 똑같이 복제했을 때, 어떤 것이 진짜인지를 물었던 그 문제가 유난이 어려웠던 이유는 결국 양자택일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완벽한 내면 완벽한 외면 둘 중 하나를 택하라고 했기 때문에 쉽게 답을 내리지 못 했던 것 같다.

틀린 답일 수도 있지만 나는 오래 고심한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적어보려 한다.

나는 내면도 외면도 모두 나를 구성하는 일부이고 어느 한 쪽 만으로는 온전히 내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보고 나서 많은 사람들이 외면이 아닌 내면을 보여줬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과연 플라토닉 러브, 내적 고민만이 중요한 것일까?

내 얼굴의 주름은 나의 고민과 웃음을 담고 있고, 나의 앉은 자세, 걸음은 나의 습관을 보여준다.

나의 껍데기가 나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데 정말 외면은 가치가 없는 것일까?

이수는 결국 다정하고 섬세한 우진의 내면과 매일매일 생김새가 변하는 그의 외모를 모두 받아들인 것이다.


나의 외면은 매일 변한다 우진처럼 드라마틱하게 변하지는 않지만 중력의 힘을 이겨내지 못한 피부는 조금씩 내려 않고, 매일 짓는 표정에 따라 주름이 생겨나며, 내가 어떤 자세를, 습관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골격이 변한다.

우리는 모두 변한다.

외면 뿐만인가 내면도 변한다.

내가 지금 적고있는 이 문제의 답을 내일의 내가 틀렸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변화하는 내면과 외면이 모두 모여야 진정한 내가 된다.

어린아이가 된 우진과 함께 술을 마셨던 어이없는 경험, 내가 좋아하는 남자가 여자가 되어 나타났을 때의 당혹감, 하루아침에 달라진 외모를 보고 놀랐던 순간, 그리고 그가 뱉은 말, 행동 이수는 이 모든 것을 이해하고 우진을 사랑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사람과 물체를 내면와 외면으로 나누로 외면적 가치보다는 내면의 가치를 더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내면이 더 본질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때가 많다.

외면과는 달리 내면은 불변하는 영원한 것이라고도 할 수 없다.

외면도 내면도 그 어떤 것도 우선시 되는 본질이 될 수는 없다.


영화 뷰티 인사이드를 보고 내린 오래 전 내가 풀지 못 한 문제에 대한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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