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끝난 검블유를 정주행 하고,
드라마를 보는 내내 생각했던 내용을 조금 정리해볼까 한다.
검블유는 김은숙 작가 보조작가 출신 권도은 작가 입봉작이고,
미스슬로운이라는 미국 영화를 표절했다는 논란이 있기도 했다.
처음 드라마를 보면서 느낀 점은 왠지 모르게 어딘가 어설프고 어색하다는 점이었다.
처음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을 땐 작가나 표절에 관한 정보가 전혀 없었다.
편견에서 온 감상은 아니다.
드라마를 끝까지 다 보고나니 불륜을 저지른 남편과의 관계,
고부 간 갈등, 사랑을 부정하다가 결국 이어지는 연인관계는 꽤 흥미롭게 풀어냈지만,
정작 매인 커플 얘기는 지루하고 뭔가 붕 뜬 느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검블유는 노림수가 확실한 드라마다.
10살 연하와 연애하는 비혼주의자 여성,
묘한 긴장감이 느껴지는 워맨스,
그간 남성 전유물이었던 능력있는 고위직,
하고싶은 말은 주저 없이 소리 내 말하는 여성,
“girls can do anything”, “girls do not need prince”를 외치는 여성의 판타지를 충족시켜준다.
내겐 이런 장면들이 특히 어색하고 어설퍼 보였다.
본래 남성 캐릭터를 두고 쓴 글을 여성이 연기하는 느낌이랄까.
대화나 전개가 필요 이상으로 극적이라 지나치게 긴장되기도 했고...
그간의 드라마는 거의 백마탄 왕자를 꿈꾸는 소녀의 판타지를 충족해왔다.
많은 드라마가 있었고, 그 만큼 많은 클리셰가 축적됐다.
반면 더 이상 왕자 따위는 필요없다는 여성을 위한 드라마는 이제 시작하는 단계다.
표현하는 방식도, 방향도 아직까지는 어색한 게 당연하다.
앞서 언급한 것 처럼, 검블유는 타겟 집단이 확실한 드라마다.
타겟을 생각하다보니 STP 전략이 생각났다.
드라마 얘기하다 무슨 STP 전략이야 생각하겠지만,
마케팅은 극 중에서도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니까...😅
이제는 대학에서 배운 내용이 가물가물할 정도로 시간이 지나서 겉핥기 정도로만 기억하고 있지만,
STP 전략은 4P와 더불어 공모전에 응모할 때면 기본적으로 슬라이드 한 장 이상 넣는 기본 중 기본이었다.
STP는 Segmentation, Targeting, Postioning으로,
시장을 세분화 해서 목표 시장을 설정 한 후 알맞은 포지션을 설정하는 것이다.
굳이 전문적인 단어를 사용했을 뿐,
시장에서 살아남으면 본능적으로 분석해야하는 기본적인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말 한마디 씩 보태기 쉬운 요즘,
어느 분야나 논란이 생기기 쉬운 환경이 됐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컨텐츠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
모든 시청자를 만족시킬 수 없다면, 타겟을 고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시장은 고객의 니즈에 따라서도 나눌 수 있다.
고객이 요구하는 성향에 따라 타겟이 결정 되고,
타겟에 대한 포지셔닝에 따른 전략이 세워진다.
이 전략은 곧 소비자(시청자)의 니즈 충족을 위한 과정이다.
검블유는 니즈에 따라 구분한 시장에서 정확하게 타겟을 설정하고,
그 타겟 입맛에 맞는 드라마를 포지셔닝했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고, 그 때에 시대가 변화한다.
시대 변화에는 엄청난 조건과 대단한 가치가 필요할 줄 알았는데,
결국 변화는 목소리에서 나오고, 목소리는 바로 요구, 니즈다.
“girls can do anything”, “girls do not need prince”를 외치는 여성이 많아졌고,
이러한 요구는 곧 신데렐라 컴플렉스 투성이라는 드라마에 변화를 가져왔다.
검블유는 이 니즈를 빠르게 읽어 내어 발 빠르게 포지셔닝을 한 영리한 드라마다.
시장을 읽고 시청자의 니즈를 파악하는 능력이 뛰어났던 만큼,
미스슬로운을 연상시키는 장면 없이도 충분히 재미있는 드라마를 만들어냈다면,
막 첫 드라마를 써낸 작가 본인에게도,
요구 충족에 만족을 느낀 시청자에게도 더 좋은 드라마가 됐지 않았겠다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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